바이오스피어 2


속편이 아니다. 바이오스피어1이 지구고 바이오스피어2는 지구를 가상한 폐쇄 생태계다. 각 분야의 학자들로 구성된 8명의 사람들이 아리조나 사막 한 복판에서, 공기조차 통하지 않은 폐쇄세계에 들어가 2년간 살다 나왔다.

잘 알려졌다시피, 바이오스피어2에서 일어난 가장 큰 문제는 생태계 순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였다. 좁은 공간에서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8명은 두 팀으로 완전히 갈라졌고, 나중에는 거의 원수지간이 되었다. 부처와 예수를 한 방에 가둬 두면 싸운다고 했던가.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저자의 '반대편'에 대한 증오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의 골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하여 이 프로젝트 이후로 우주공간에서의 심리적인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었다고 알고 있다.
 
다른 잡지에서 읽은 바로는, 실제 우주공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까지 우주공간 체류는 그렇게까지 길지 않고, 올라가면 다들 할 일이 넘쳐나서 아주 바쁘고, 바빠서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여유도 없고, 또 대부분 선택되었다는 자부심에 그 일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이오스피어는 가상환경이었다. 그들도 자신들의 실험이 중요하다는 자부심은 있었지만 우주에 직접 간 사람들만큼은 아니었고, 아마도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시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은 극히 단조로웠고, 전반적으로는 그냥 '농사'였다. '대체 뭔 짓거리들이냐'는 언론의 비난에 시달렸고, 사람들이 늘 모여들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원숭이처럼 구경했다.(그 부분에 관한 자세한 언급은 없지만, 굉장한 스트레스였으리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안에 있는 게 싫었으면 제목도 '2년 20분'이다. 20분 더 있었던 게 지금도 한이 맺힌 것 같다.

'인간관계'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먹는 문제였다.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이 가장 먼저 동료로 택한 사람이 '요리사'였던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보면 아주아주아주아주 현명한 처세였구나 싶다. 모두 학자였을 뿐 요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드는 음식들은 형편없었고, 그들의 매일매일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환경에서 피자를 만드려고 애를 쓰는 것이나, 내내 피자만 떠올리는 사람들이나, 생식하느라 8kg씩 빠졌다는 불평을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진정한 문제는 바이오스피어가 아니라 가공식품 위주인 서양식 식습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후반부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고구마줄기까지 먹었다. 끔찍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_- 너네 고구마줄기 안 먹는단 말이냐. 하긴 먹는 게 없는 인종이지. 그들이 '잡초'라고 버렸을 수많은 야생초들이 틀림없이 먹을것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혹시 한국 사람 집어 넣어놨으면 적어도 먹는 문제는 괜찮지 않았을까?

읽는 내내 바이오스피어2의 보편성보다는 특수성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고학력자 미국인'은 결코 보편적인 인간이 아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초기 우주시대 우주인이 될 것은 분명하고, 실험 전체에는 당연히 의미가 있지만... 육체노동을 하는 단조로운 일에 고통을 느끼는 것은 그들이 그런 노동을 이전에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식에 고통을 느끼는 것은 그들이 이전에 생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손바닥만한 땅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사람은 세상 여기저기에 있다.

그 모든 문제가 존재했어도 폐쇄생태계가 돌아가기만 했다면 성공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 텐데, 결국 바이오스피어2는 심각한 산소부족에 시달려 중도에 산소를 공급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산지대와 같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마지막까지 견뎌내는 모습은 처절하다. 자다가 깨지 않도록 산소호스를 코에 대고 잘 정도였다니까. 산소부족의 원인은 과다한 콘크리트건물과 과다한 비료사용이었고, 비료사용을 멈추고 콘크리트를 천으로 덮자 해결되었다. 결국 또 생태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자신의 문제였던 셈이다. (어떤 의미로는 농부가 아닌 문제였을까.)

하지만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책으로, 두껍고, 자세하고, 성실한 기록물이다. 바이오스피어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개인적인 시시콜콜 이야기는 대충 넘겨버리고 읽자. 원수처럼 둘로 나뉜 집단의 한쪽 시야에서 보는 기록이라, 다른쪽 기록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by -Ida- | 2008/07/15 21:52 | 책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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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xk at 2008/07/17 22:30
오 이거 재밌겠어요~
Commented by -Ida- at 2008/07/19 11:05
예, 나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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