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 이야기

1920년 태생. 1994년 사망. 죽을 때까지 무려 469권의 책을 썼다. (공저까지 합하면 500권이 넘고, 사실 워낙 다양한 판본이 나와 정확히 세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숫자는 그가 죽을 때까지의 기록이고 죽은 후에도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세때 처음 소설을 썼으니, 그 때부터 평균 잡아 1년에 열 권 이상 출간한 셈이다.(인간이냐!)

'도서학 분류목록에 그가 쓴 책이 없는 분야는 없다'는 사람. 과학, 인문, 교양, 신화, 역사를 통틀어 모든 분야에 관해 책을 썼다.(인간이냐!) 주로 과학교양서적을 썼는데, 소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심심할 때' 읽어 볼 수 있을 정도로 환상의 글빨을 자랑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SF불모지인 한국에서 '최초로' 성공한 작가이심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무시되는 감이 없잖아 있다. 사실, 읽다 보면 왠지 '싱거운' 소설책이 많은 것은 사실. 좋아하면서도 딱히 추천하라면 마땅히 추천할 책이 없는 희한한 분이다. 너무 쉽게 썼다고 해야 할까. '천재적 두뇌'로 휘갈겨 쓴 것이지 '장인정신'으로 쓴 것이 아닌 것 같다. 읽다 보면 귀찮아서 끝내버린 듯한 책도 많다. 500권의 분량을 250권 정도만(그러니까, 이게 말이 되는 숫자냐고.) 줄였어도 더 위대한 작가가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거기서 더 위대해져봤자 뭐 하냐 싶지만.

사실 내가 SF에 빠져들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어렸을 때 본 이분의 '강철도시(당시, '우주인 살인사건'이라는 아동용 판본이었다)였던 만큼, 이분의 화려한 글빨을 난 여전히 사랑한다. 주로 지능지수 높은(...) 두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 고도의 말빨로 서로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손톱만한 꼬투리로 논리정연하게 결론을 이끌어가는 것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 소설

아시모프의 책은 주로 '극적인 사건이 없는 대화 전개'라는 특이한 방식을 취하는데, 이 때문인지 아시모프의 소설이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예는 극히 적다. 만들어진다고 해도 모티브만 따고 상당히 각색된다. 특히, 이분은 자신의 소설에 주로 로봇을 등장시키는데, 미국에선 어떤 종족(그것이 기계일지라도!)이 다른 종족(그것이 인간일지라도!)에게 절대 복종한다는 개념은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 어떻게든 독립운동을 일으켜버린다. 결과적으로 원작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영화가 탄생해버린다. 그러나 철저하게 낙관주의적 미래관을 갖고 계신  이 분의 소설에서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일단 로봇 3원칙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안 맞다.

(아시모프가 어느 정도로 낙관주의적인 분이냐면, 보통 과학자들에게 '인류의 멸망이 어떻게 오겠습니까?'하고 물으면 보통 핵전쟁이나 공해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반해, 이 분은 '50억년 뒤에 태양이 꺼지지.'라고 대답하시는 분이다. 그나마도 '그 때쯤 되면 우주로 진출해 있을 거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건 잊지 않고.)
* 절판된 것이 많을테니 굳이 찾으려 애쓰지 마시길.

* 로봇1~6 / 정철호 옮김/ 현대정보문화사(출간중)

강철도시
벌거벗은 태양
이 두 권, 물론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심심하면 다시 읽어본다. 하지만 리스트 만들면서, 이 두 권밖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로봇, 다닐 올리버의 대활약상(맞나?)

로봇과 제국(1~2)
여명의 로봇(1~2)
1,2권을 즐겁게 보았다면 물론 이 속편도 놓치지 않고 보겠지만, 심심해서 추가했다는 느낌이 상당히 강력히 드는 작품들이다. '로봇과 제국'은 원래 다른 이야기를 쓸 생각이었는데 아시모프가 논픽션에 관심을 쏟던 시기라 안 썼다고 한다(너무해.). 그래서 결국 상당히 다른 형태로 나오게 되었다고 하는데... 뭐랄까. 새로 주연으로 등극한 지스카드가 다닐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을려나.

* 파운데이션1~9/현대정보문화사(출간중)

파운데이션의 서막(1,2)
파운데이션(3)
파운데이션과 제국(4,5)
파운데이션의 끝(6(?))
파운데이션과 지구(7,8,9)
1권에서 5권까지만 추천한다. 요새 판본이 9권을 10권으로 늘려 나와서 아마 6권까지일 것 같다. 1,2권은 외전 성격이 강하지만... 어쨌든 우리의 매력적인 다닐 올리버의 출현으로 모두 무마됨. 3권과 4,5권이 본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뒤의 이야기는 속편. 그저 마지막에 다닐이 출현할 거라는 희망만 갖고 간신히 끝까지 갔다. 하지만 다닐의 출현은 겨우 10페이지 정도! 기대하지 마시라.
사실 돌이켜보면 아시모프의 제국주의적 세계관이랄까. 서양인의 세계침략을 연상시키는 이야기구조라 꽤 불편한 책이기도 하다. 역시 '참으로 낙관주의적인 할아버지'라고 해야 할까.

* 우주 3부작/현대정보문화사(출간예정)
우주의 기류
우주의 조약돌
암흑성운
역시 심심해서 썼다는 생각이 강력히 드는 단편스러운 작품들이다. 파운데이션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가지 이야기랄까. 한 번 읽을만은 하다.

* 바이센터니얼맨/박상준/좋은벗
= 양자인간/박상준/동아출판사
= 200살을 맞은 사나이(?)
꽤 여기저기서 나온 책이다.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물론 이 영화에 출연한 로봇들이 주인에게 반항했다는 점에서 결코 아시모프의 영화로 인정할 수 없음이다. 영화 자체도 형편없었다. 작가 자신은 꽤 좋아하는 모양으로, 여기에 나오는 '작은 아씨'와 주인공 앤드류는 '로봇' 시리즈에서도 신화적인 존재로 언급되곤 했다. CFe문명을 열렬히 지지하는 그로서는 인간이 된 로봇의 신화가 그리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별로 좋아하는 책은 아니다.

* 나는 로봇이야(I, Robot)/이기원/동쪽나라(출간중)
로봇을 주제로 한 단편 모음집. 명작으로만 구성된 탁월한 단편집이지만, 아동용으로 나온 바람에 완역본이 아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나이트 폴' 에 버금가는 훌륭한 단편인데... 진가를 맛볼 수 없다....

* 나이트폴(1,2)/김승욱/작가정신
아시모프의 단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나이트폴'의 장편판 버전이다. 원작의 명성을 형편없이 깎아 내리는 책이므로 나이트폴의 열혈팬이 아니라면 보지 말기 바란다.

* 두뇌로의 여행/강무환/작가정신
= 환상여행(?)
= 마이크로 결사대/이동민/작가정신

(못 봤음)

* 네메시스1,2,3
(못 봤음)

* 아시모프의 단편이 있는 단편집
세계 SF걸작선/도솔
세계 SF걸작선/고려원
코믹 SF걸작선/도솔
세계 휴먼 SF걸작선/도솔
(그외 다수)

<2>비소설

아이러니컬하게도(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시모프의 진가는 픽션보다는 논픽션 쪽에서 발휘된다. 아시모프의 단편 중에, 모든 과학논문을 반드시 SF소설가가 검토해서 '제대로 된 문장으로' 고쳐주는 시대에 관한 것이 있는데, 국제적으로 검토해볼만한 제안이라고 본다. 어떤 분이 주장했듯이, 사람들이 공부하지 않는 건 공부 자체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쓴 사람이 워낙에 글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진짜다!) 어법도 논리도 앞뒷말도 안 맞는 워낙에 못 쓴 것을 읽어주려니 힘이 들어서 공부가 어려운 것이다.(진짜다!) 아시모프의 책이 교과서로 채택된다면 학교공부도 즐거울 것이다.

단순한 에세이 모음집이라도 아시모프의 책은 볼만하다. 쉽고, 재미있고, 논리적이고, 풍부한 과학사의 일화 첨가. 거기에 아시모프 자신의 SF적 상상력까지 시도때도 없이 추가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아시모프의 책은 도서관학의 모든 분류체계를 섭렵한다. 도서관에서 '과학'란을 훑어보면 칸마다 한 권씩 꽂혀 있을 것이다. 전부 소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아는 것만 쓰겠다. 대부분 절판되었을 테니 역시 굳이 찾으려 들지 마시길.(하지만 잘 찾아보면 있을지도)

* SF특강/김선형/한뜻

지금도 벼룩시장에서 꽤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시모프의 SF작가를 위한 에세이 모음집.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SF뿐 아니라, 그저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괜찮은 책이다. 역시 자기 자랑은 참아 줘야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 아이디어 내는 법을 알려드리지요. 뭐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사실 이건 내가 워낙에 천재라서 가능한 거죠. 푸핫핫핫! (정말 이렇게 쓰진 않지만 거의 그런 식이다)- 세계 SF거장을 소개하면서 제 이름을 떡하니 뻔뻔스럽게도 올려놓는(뭐 사실이긴 사실이라고 해도), 참으로 넉살좋으신 양반이다.

(이 책에서 아시모프가 자신의 작품을 한 번 이상 퇴고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읽고,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한 번 이상은 죽어도 고칠 게 없었다는 거다(자기가 봐도 워낙 잘 써서란다...젠장!). 하지만 내가 아시모프의 책을 읽었을 때 받은 느낌은 언제나 '한번만 더 퇴고했더라면.' 이었다. 하긴, 그 사람은 한 번 더 퇴고하면 책이 더 망가질 사람이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 아시모프의 외계문명 이야기

우주에 외계문명이 있을 가능성을 무려 '통계적으로' 설명한 책. 하나의 별에서 생명이 만들어질 조건을 요목조목 따져, 그 조건 하나하나마다 만족하는 별의 숫자를 가려 조금씩 좁혀간다. (태양이 있는 항성계 몇 개, 그 중에서 지구형 행성이 있을 항성계 몇 개... 이런 식으로) 물론 가만히 들여다보면 도대체 무슨 논리에서 저 숫자가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이런 별이 백만에 하나 정도는 있겠지요... 라고 중얼거린 다음에 냉큼 숫자를 표시해 버린다.) 사유의 흐름이 즐겁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은하계에는 약 50개의 외계문명이 있다(사실 근거없다). '과학에세이(언어문화사)'에 이 책의 전신이 되는 에세이가 있다.

* 웅진문화의 아시모프 시리즈

1) 아시모프의 천문학

추천. 전파과학사(쪼그만 과학책 시리즈를 냈었다)에서도 나온 적 있다. 토성과 목성의 밀도가 작은 것은 대기층이 두껍기 때문이라는 설명에서는 '아하' 했다. 연필에 침 묻혀 가며 굉장히 신이 나서 설명해 준다는 느낌의 책이다.

2) 아시모프의 지구과학 화학
다양한 일화 수록, 과학사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원소들의 희한찬란한 이름의 어원. 아무튼 재미있다.

3) 아시모프의 물리학
못봤음.

4) 아시모프의 생물학1,2
쉬운 책이라고는 말 못하겠음. 하지만 어려운 책이라고도 말 못함. 역시 다양한 일화, 과학사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수록.

* 에세이집

우주의 비밀/편집부/동아출판사
Fantasy and Science Fiction 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에세이를 모은 에세이집. '거의 모든 것을 섭렵하는' 아시모프답게 다양잡다구레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에세이마다 은근슬쩍 능청스럽게 끼어 있는 자기 자랑은 참아 줘야 할 것.

알기쉽고 재미있는 지구와 우주 100가지 상식/백상현옮김/고려원미디어
100가지 짧은 글이 모여 있다. 하지만 소제목을 빼고 생각하면 앞 이야기와 연관되는 에세이가 뒤에 이어지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권국성/언어문화사
역시 재미있고 다양잡다구레한 칼럼 다수 수록. ... 딱히 더 할 말이 없다.

* 아시모프의 바이블
안봤다.

* 무엇인가 시리즈/조경철/민서출판사
아시모프가 쓴 아동용 과학시리즈. 저 유명하신 조경철 박사님께서 번역해서 출간되었는데, 사실 '에너지란 무엇인가' 이외에는 본 적이 없다(설마 이것만 출간?). 아동용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엔 좀 어렵고, 중고생정도는 되어야 이해가 될만한 수준이다.(그만해도 아동인가?) 사실 초등학교 때 방학숙제로 사서 읽었다가, 너무 재미없어 악몽으로 남은 책이었는데, 대학교 때 저자가 아시모프라는 것을 알고 다시 읽어보았다. 괜찮은 책인데 초등학생에게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by -뽀- | 2006/08/21 18:11 | 찬가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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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6/10/19 14:49

제목 : 아시모프의 통일장 이론(?)
2002년 4월에 썼던 글을 재공개. 아래에 말한 책들을 다 팔아버린 뒤에 저런 글을 쓰다니 나도 상당히 맛이 간게 아닌가 싶은...-_- ====== 애초에... 아시모프의 작품군은 서로 관계가 없는 몇가지로 나눠져 있었지요. 1) 파운데이션 시리즈 2) 1)과 약간의 설정을 공유하는 은하제국 배경의 '우주 3부작' 3) 로봇 3원칙을 응용한 일련의 단편들 4) 일라이저 베일리와 다닐 올리보가 활약하는 로봇 시리즈 5) ......more

Commented by 191970 at 2006/08/21 18:17
저도 SF가 뭔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 강철도시를 매우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로봇시리즈와 파운데이션도 모두 재미있게 읽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장편보단 단편 쪽에서 훨씬 그의 재능이 엿보인다고 생각해요. 멀티백 시리즈는 지금 보기엔 너무 구식이지만.

특히 단편 나이트 폴은 정말 멋지죠!!
Commented by 벌꿀동굴 at 2006/08/21 18:49
전설의 밤(나이트 폴)에 올인. 단, 단편만. 장편을 보기는 했으나 왜 썼는지 모르겠음.
Commented by 벌꿀동굴 at 2006/08/21 18:49
어허.. 그러고 보니 이것도... -.-; 심각한데.
Commented by -뽀- at 2006/08/21 20:04
191970 : 개작만은 하지 않았으면... 이라고 해도 워낙 쓴게 많은 사람이라.
벌꿀동굴 : 푸핫.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6/09/25 22:28
2백살 먹은 남자는 정식출판된 적은 없고 과학동아 별책부록으로 번역판이 소개된 적이 있을 뿐입니다만 실버버그가 끼어들어 쓸데없이 늘려놓은 '양자인간'보다 깔끔해서 읽기가 좋죠. (...그래봐야 이젠 먹고죽을래도 못구하지만)

나이트폴도 장편은 거의 실버버그 작품이라 할 정도니 그냥 젊은 후배 키워주려고 빌려준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Commented by -뽀- at 2006/09/26 02:21
아. 몰랐습니다. 제가 본 게 실버버그의 개정판이었군요. 어쩐지 지루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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