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클라리사 P. 에스테스.



벌꿀언니가 주신 책. 절판되어 직접 제본까지 해 주셨다.

융 학파의 입장에서, 세계의 민간설화와 구전동화를 중심으로 원형적인 여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 비록 설화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분히 작위적이고 지맘대로라는 느낌이 (많이) 들긴 했지만, 그 철학이 좋았다.

“여자다움”의 반대가 “남자다움”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책이다. “여자다움”의 반대는 “본연의 여자다움”이라고.
여자는 본래 씩씩하고, 명랑하고, 사교성 있고, 호기심 많고, 창조력있고, 격동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오히려 본연의 여자다움이 억눌려서 자신감 없고 무기력해진 상태를 사회에서는 <여성적>이라고 말하고, 그 상태에서 빠져나와 본연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찾으려는 여자는 <불량하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말한다. 여자는 허락받지 않았던 시대에도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쓰고 아무도 보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남 몰래 숲을 뛰어다니며 남 몰래 춤을 추었다... 라고.

‘늑대’가 남자를 뜻하는 줄 알았더니 놀랍게도 여자(그러니까, 원형적인 여자 - Wild Woman.'여걸'로 번역되어 있지만 정확한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여걸은 영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Wild Woman은 영웅이 아니다. 생겨먹은 대로 사는 인간을 말한다. ... 맞나...)를 뜻한다. 가족을 아끼고 야성적이고 용감하고, 하지만 '불량하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된다는 의미로.

여자의 아니무스를 받아들이라고 쓴 책이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아니마를 받아들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자신 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것이니까. 모든 인간이 양성적인 본성을 갖고 있건만, 단성(單性)적이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자라느라 한쪽을 외면하고 있는 것뿐이니까.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조금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내 정체성이 자리를 잡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책이다. 난 역시 여자였다. 만세. 기쁘다.

좋은 책을 권해주신 벌꿀언니에게 감사를 드린다.

by -뽀- | 2005/05/30 00:14 | 책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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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oneycave7 at 2005/09/08 00:47
오.. 나도 감사. 읽은지 오래되었는데 나도 다시 봐야겠네.. 2005/05/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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